일반적인 약물이 선천성 결손증이나 발달 장애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이 확실

항간질약이나 양극성 장애 치료로 사용되고 있는 발프로산 나트륨은, 임신부가 복용하면 태아의 선천성 결손증이나 발달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오랫동안 규명되지 않았었다.

새롭게 프랑스 연구팀은 쥐의 배아와 인간의 미니뇌(뇌 오르가노이드)를 사용하여 발프로산 나트륨이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1960년대부터 항간질제로 시장에 나돌았던 발프로산 나트륨은, 1980년대까지 선천성 결손증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여전히 각국에서 항간질약이나 양극성 장애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설치류나 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임신 초기 몇 주에 발프로산 나트륨을 복용하면, 신경계가 형성되는 초기 단계에서 발생한 혼란이 결손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간의 어린이에서는 척추나 심장, 머리 등에 결손이 생긴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고, 또한 발프로산 나트륨에 자궁 내에서 폭로한 영아의 추정 30~40%는 인지장애나 자폐 스펙트럼장애가 발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발프로산 나트륨이 발생 초기 단계의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쥐의 배아를 발프로산 나트륨에 폭로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발프로산 나트륨에 노출된 쥐의 배아에서는, 발생 초기에 형성되어 뇌 및 척수로 분화하는 신경관이 정상적으로 닫히지 않고, 발생 후반이 되면 머리나 뇌가 평소보다 작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실험에서는 발프로산 나트륨에 노출된 생쥐의 신경상피세포가 노화된 세포에만 나타나는 효소를 운반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상피세포는 나중에 뇌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인데, 발프로산 나트륨에 노출되면 노화돼 제대로 성장, 분열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배아의 발달을 방해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주장.



이어 연구팀은, 발프로산 나트륨이 인간세포에서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람의 뇌세포를 배양해 만들어진 뇌와 비슷한 소형 조직체인 "뇌 오르가노이드"를 이용해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뇌오르가노이드의 신경상피세포에서도 쥐의 배아와 마찬가지로 노화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팀이 세포 노화의 메커니즘에 대해 조사했는데, 쥐의 배아 발생 단계에서는 억제되고 있는 "p19Arf"라고 하는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가, 발프로산 나트륨에 노출되면 발현해 버리는 것으로 판명. "p19Arf"는 성체가 되면 활발해져 암세포나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배아 발생 단계에서 "p19Arf"가 존재하면 중요한 세포가 노화해 발달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

 


실제로 연구팀이 "p19Arf"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한 쥐에서는, 발프로산 나트륨 폭로로 인한 영향이 완화되었고, 쥐의 뇌는 정상 크기까지 성장. 그런데 쥐는 여전히 척수에 장애가 있었다고 하며, 발프로산 나트륨이 다른 메커니즘으로 척수에 결손을 일으키는 것이 시사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대 분자 생물유전학 연구소 팀장인 Bill Keyes 씨는 "뇌 오르가노이드를 셋업해 테스트해 쥐와 똑같은 종류의 세포에서 노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훌륭한 검증이었다"라고 말하면서도, 이번 연구에서는 단숨에 고용량의 발프로산 나트륨에 폭로되었기 때문에 쥐의 배아 및 사람의 뇌 오르가노이드에 대한 영향이 과장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는 실제 복용과 가까운 저용량, 장기간의 폭로 조건으로 실험해 나갈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