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이 옷을 벗어주고 온 사연

이제 겨울도 거의 끝난것 같고...

해서 옷정리를 시작해 볼까 하고서 아들과 딸의 옷장을 휴일날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든지 눈에 게으르다고 하기 전에는 하기 싫다가도 걷어부치고 하기 시작하면 술술 진행되기 마련...

두꺼운 겨울 옷은 다시 추운 겨울이 올때까지 보관하고, 봄을 맞이하는 옷들을 꺼내놔야~~


어느정도 정리를 하다보니....

아들 녀석이 좋아했었던 자켓이 나온다.


헉! 보는 순간....갑자기 몇년전의 일이 생각난다. 정말 그때는 너무 너무 속상해서 속이 뒤집어 질뻔 했었는데...

하고 생각이 모락 모락...


그 때 그일....

부모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때는 겨울로 접어들려고 할때.....

쉬는 날이라서 집에서 바깥 경치를 넉놓고 보고 있는데...저 멀리 아들녀석이 학교를 갔다가 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벌써 학교가 끝났나?"하고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는데...


뭐 집이 1층이니 베란다에서 보면 보인다.

그런데 윗도리를 벗고 입지를 않고 오더라고~~

아침에 갈 때는 분명히 옷을 입고 갔었을텐테 라고 생각하고서는, "옷은 왜 안입고 오녀~~"라고 하니.

"응 가방에 넣고 왔어~"..


가방에 넣었다고.....~~그리 더운날도 아닌데? 라며 잠깐 생각했다.

약간 시간 타임을 주고 다시 한번 더 물었다. "너 왜 옷 안입고 왔어?"라고....

그 옷이 뭐냐하면....


아들녀석은 평소에 자기가 갖고 싶은게 있어도 "사줘~"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 성격이다.

내 기억에 뭐 사달라고 해서 사준적이 없다. 별 말이 없으니....

그런데 이번에 겨울이 오기전에 처음으로 말을 해서 사달라고 한 것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자켓"....그것도 이름있는 브랜드로~

바로 덜컥 살 수 있는 그런 가격이 아니다. 몇 번이고 생각하고 구입할 정도의 가격....

그걸 아들이 사 달라고 했었다. "오잉? 이녀석 봐라...." 하면서 큰맘 먹고 사준 외투다.


그렇게 자기가 애지중지하며 좋아하던 외투다.

그런데 집에 올떄 안입고 가방에 넣어 왔다? 뭔가 냄새가~~~

그래서 가방을 열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안열려고 하다가 계속 열어라고 하니.....

속에는 왠 추리닝 상의가 나왔다. 분명히 아들것이 아니었다.


정색하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의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왔다리 갔다리 했지만.....

겉으로는 느긋하게 어찌 된 사연인지 말해보라고 하니....


학교에서 옷을 입고 있으니, 친구가 와서 "야~ 옷 디게 좋다...나도 한번 입어보자. 잠깐 내건 니가 입고 있고~~"

하면서 옷을 바꿔 입었다고 했다. 아들은 뭐 별일 있겠어..라고 하면서 순순히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끝날 때까지 바꿔 입지를 못했고, 마치고 그 친구를 만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냥....그 상태로 오다가 츄리닝 상의는 벗어 가방에 넣고 왔다고..

아들에게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옷 바꿔입자고 해라~~하니..


연락이 안된다고 한다. 어이그~~

마누라도 이 사실을 알고 마음이 상당히 언잖아했고...아들은 아들대로 풀이 죽어 가지고 방에 꼼짝않고...

아마도 혼자서 몇번이고 계속 그 친구에게 연락을 했던것 같다. 


마눌은 그 친구를 알만한 친구에게 전부 연락을 해보라고 하니....

한참이 지나서야 그 당사자 친구는 연락이 안됐고, 잘 아는 친구와 연락이 되었는데...그 친구가 휴대폰을 

분실했다나 어쨌대나...그래서 연락이 안되었다고.


이거 뭐야! 이것들이 장난치나?

정말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당장 쫓아가려고 했다.

나의 모습을 본 아들은 더욱 풀이 죽어 어쩔줄을 몰라했는데...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ㅠ.ㅠ


요즘 아이들은 삥 뜯을 때....물건 같은거..

그냥 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하냐하면..."와 좋은데 함만 입어보자", "잠깐만 해볼께" 해놓고 주지 않는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줄려고 했다..." 요 한마디만 하면 뭐라 할 수 없게 한다고~


여튼 머리속은 정말 복잡했다.

그러다가 아들이 기쁜 표정으로 뛰쳐 나온다. 그 친구와 연락이 되었다고.....

지금 어디 어디 있으니 만나자고 했다고....아들 녀석의 표정이 확 풀렸다.


난 도대체 어떤 녀석인지 얼굴이라도 보려고 옷을 챙겨 입으려고 하니, 우리 마눌님이 말린다.

괜히 나가서 화를 내거나 어떤 다른 일이 생기면 더 좋지 않다고...자기가 가겠다고. 그게 맞는 말인것 같다.

당시 너무 너무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던 옷을 사고나서 딱 3일 있다가 이런 일이 있었으니....

아들 녀석의 마음도 엄청나게 타격이 있었을것 같다. 


지금은 다 지난일....

저 외투만 보면, 그 때의 일이 생각난다. 아들의 그 당황해 하던 표정...